창세기 14장에서 아브람은 왜 십일조를 멜기세덱에게 주었나?
1. 멜기세덱의 지위 인정
아브라함은 멜기세덱을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으로 인정(창 14:18). 멜기세덱이 먼저 아브라함에게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와서 아브라함을 축복했는데, 이 축복이 하나님을 대표하는 권위에서 나온 것임을 아브라함이 받아들인 것. 아브라함은 이 축복을 받음으로써 멜기세덱이 하나님을 대신하여 자신을 축복할 권위가 있다고 인정.
2. 십일조의 상징적 의미
승리자가 전리품을 취할 권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승리가 자신의 군사력이나 전략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고백하는 신앙 행동. 그는 승리의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며 멜기세덱에게 바친 것.
3. 선택받은 자가 더 큰 자에게 드림
히브리서 7장 7절에 따르면 "낮은 자가 높은 자에게 복을 받는 것"이 원칙.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언약의 수혜자로서 큰 자였지만, 오히려 멜기세덱을 더 큰 자로 인정하며 드린 것. 이는 멜기세덱이 그리스도의 모형으로 등장하는 신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함.
4. 당시의 십일조 문화vs아브람 십일조
고대 근동 문화에서는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의 일부를 신이나 신전의 제사장에게 바치는 관행이 있었음. 그러나 아브람은 이를 당시의 관습적 행위가 아닌, 살아계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한 것임. 그는 소돔왕에게는 전혀 전리품을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지만, 멜기세덱에게는 자발적으로 십일조를 드림으로써 하나님께 대한 충성을 나타낸 것.
(1) 십일조의 일반적 문화적 관습
고대 근동 사회(메소포타미아, 가나안, 이집트 등)에서 전리품의 십분의 일을 왕이나 신전, 제사장에게 바치는 행위는 비교적 보편적인 관습이었음.
-종교적 의미: 전쟁 승리나 풍성한 수확을 신의 축복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소득이나 전리품의 일부를 신이나 신의 대리자인 제사장에게 바치는 것이 의무적 예배 행위로 여겨졌다. 이를 통해 신에게 감사와 충성을 표현하고, 앞으로도 신의 보호와 번영을 기대했다.
-왕과의 관계: 왕이나 통치자는 전쟁의 후원자이자 신적 권위를 가진 존재로 간주되어 전리품이나 수확물의 일정 부분을 받았다. 이는 왕권 강화와 국가 유지의 실질적 재정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2) 문헌적 증거
① 마리 문서(Mari Tablets, 기원전 18세기경)
메소포타미아 마리 왕국의 행정문서들에는 왕에게 십일조를 바친 기록이 있으며, 농산물이나 가축뿐 아니라 군사적 전리품의 십분의 일을 바치는 사례도 나온다.
② 우가릿 문서(Ugarit Texts, 기원전 14세기경)
우가릿의 신전경제 문서에도 신이나 신전의 제사장들에게 십일조 형태의 제물을 바쳤던 기록이 나옵니다.
③ 바빌로니아 법전
함무라비 법전(기원전 18세기경)이나 기타 바빌로니아 문서에는 성직자들이나 국가가 십일조를 통해 소득을 확보했다는 언급이 등장.
(3) 아브람 시대의 십일조란?
아브람의 시대에 십일조는 다음과 같은 사회적·종교적 기능을 담당했다:
① 신적 보호에 대한 감사 표현
수확, 승리, 번영은 모두 신의 축복으로 여겨졌기에, 그 일부를 돌려드림으로써 신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종교적 실천이었다.
② 신전 경제 유지 수단
십일조는 신전과 제사장 계급의 생계와 운영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이는 제사장과 신전이 국가 종교, 사회 질서의 중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③ 왕권 강화와 행정 재정 확보
십일조는 왕이 신적 통치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는 역할도 했다. 왕은 자신을 신의 대리자나 신과 동일시했기 때문에, 신에게 드리는 십일조는 곧 왕에게 바치는 것과 연결되기도 했다.
(4) 아브람의 십일조의 차별성
아브람은 이런 일반적 관습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시대의 종교나 정치적 통념에 따른 일반적 십일조가 아닌, 오직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께 대한 신앙의 표현으로서 자발적이고 독립적으로 멜기세덱에게 드렸다.
그는 소돔 왕에게는 전리품을 바치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제사장인 멜기세덱에게만 드림으로써 진정한 권위가 누구에게 속해 있는지를 선포하는 신앙적 선언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