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 이 책을 쓰지 말았어야 하는 3가지 이유 (5-13)
1. 소설 쓰는 법은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지 누구에게 배워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2. 배워서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작법서를 읽어서 알 수는 없다.
3. 작법서를 읽어서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창작 과정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바람에 자신의 창조성을 억누르게 된다.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무의식에 자극을 받아서, 마치 위험을 느끼면 촉수를 거두어버리는 말미잘처럼, 소설쓰기를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 가능성이 없다고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왜 나는 굳이 이 책을 쓴 걸까? 사람들이 섹스 안내서 없이도 잘만 살아온 것처럼 소설 쓰기 안내서 없이도 수천 년을 잘 살아왔는데.
그 이유는 지식을 추구하는 게 훌륭한 일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실망했던 적도 많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믿고 있다. 설사 내가 소설쓰기란 작가 혼자 해야만 하는 고독한 행위라 여긴다 해도(종종 그렇게 여긴다) 나는 다른 작가들이 모르는 뭔가를 찾아내고, 그 뭔가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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