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지배와 이용의 대상이다.
Hold material goods and wealth on a flat palm and not in a clenched fist.
물질적 재화와 부를 편 손바닥으로 붙잡으세요. 꽉 쥔 주먹으로 말구요 (알리스테어 베그 Alistair Begg).
절대 반지와 교회.
내가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는 “반지의 제왕” 씨리즈다. 그중에서도 “반지원정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플롯은 간단하다. 절대반지를 파괴하는 여정이다. 주인공은 이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스토리에 등장하는 절대반지는 세계 정복의 능력을 주는 물건이다. 어찌나 강력한지 누가 소유하든, 반지가 소유주를 압도해버린다.
벌써 수십년이나 지난 영화지만 교회 개척과정에서 몇번이나 떠올랐다. 절.대.반.지.
교회개척 13년차, 사역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할수록 새롭고, 힘들다.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자꾸 영화 생각이 난다. 내게 교회는 마치 절대반지와 같다. 세계 정복의 능력을 제공해주는 것이지만, 결코 내것으로 소유해서는 안되는 것.
교회 개척 사역의 어려움은 “소유권”과 관련이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모두 하나님의 것이니 욕심 많은 사람에게는 문제다. 얼마를 투입해서 얼마나 열매가 맺혔든 하나도 교회 사역자의 것이 없다. 전적으로 그리스도의 "소유"다.
사실 내 이야기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교회사역 최대의 대적은 "본전생각(?)"을 하는 "내 마음"이었다. 열심히 땀흘려 맺힌 열매일수록 내것이라 주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교회가 내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것이니 소유 주장은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모두 예수님의 것이다.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지니라 (눅 17:10).
교회는 절대반지와 너무 비슷하다. 만약 교회를 “내 것”이라 주장하는 마음이 있다면, 모르도르의 화산(절대반지를 파괴했던, 영화상의 장소)에 던져넣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디 교회 뿐일까?
절대반지와 같은 것은 교회 외에 하나 더 있다.
돈.
돈 역시 교회 만큼이나 절대반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소유자가 압도당하기 쉬운 소유물이자, 많은 이들을 유혹하는 권력이다.
돈은 도구다.
논의를 위해 개념 정리부터 해 보자면, "돈은 그저 돈이다." 그 자체로는 선한것도 악한 것도 아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들중 하나일 뿐이다. 경제활동을 가능케 하는 가치 교환 수단이라고 정의 내릴수도 있겠다.
돈이 없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면 더 쉬울 것 같다: 닭을 키우는 농부가 있다. 그는 낫이 필요하다. 한편 낫을 만드는 대장장이도 있는데 그는 파인애플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농부는 어떻게 낫을 얻을 것인가?
돈이 없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농부는 우선, 대장장이가 필요로하는 파인애플을, 자신의 닭과 바꿔줄 사람부터 찾아내야 할 것이다. 어렵다. 하지만 돈이 있다면 해법은 훨씬 간단해진다. 돈이 있으면 굳이 닭을 들고 파인애플을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돈은 악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악한 도구로 오해한다. 신앙인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성경은 돈이 아니라 “돈을 사랑함”이 악한 것이라고 말씀 한다 (딤전 6:10). 잠시 여담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20년 가까운 교회 사역 개인 경험에 비추어보면, 가난한 사람일수록 돈이 악하다고 주장했고, 부자일수록 돈은 선한 것이라 여겼다. 진리에서 나온 생각이라기 보다는 자기 경험에 갇힌 사고였다.
진실은 간단하다. 도구는 그 자체로는 선한것도 악한것도 아니다. 선악은 이용자가 결정한다. 돈이 도구일때도 그렇다. 선악은 사용자가 결정한다.
지혜와 권력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다음 성구에서와 같이 모두 하나님께 속한 것들이다.
이르되 아멘 찬송과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존귀와 권능과 힘이 우리 하나님께 세세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하더라 (계 7:12)
여기 등장하는 단어들,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존귀와 권능과 힘,” 이들은 하나님꺼다. 선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약 악한 의도로 악용된다면? 그때는 악한것으로 변질되고 만다.
“지혜” 그 자체는 선한 것이나, 누군가 사기를 치기 위기 쓴다면? 혹은 악한 일을 위해 “권능과 힘”을 이용한다면? 그때는 선한 것도 악해진다.
죄가 이런 것이다. 원래의 선한 용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나님이 마련해두신 원리에서 벗어나서 하나님의 것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선한 것이 선해지려면 목적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반대로 악한 목적으로 쓴다면? 제 아무리 선한 것이라도 악한 것이 되고 만다. 한 신학자의 말대로다.
"돈을 사랑하는게 문제지 돈 그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사실 돈은 기본적으로 선한 것이다. 돈은 인간 세상을 동물의 왕국과 구분짓는 훌륭한 발명품이다. 돈 덕택에 우리는 땅으로부터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물건과 용역을 생산함으로써 땅을 정복할 수 있다" (웨인 그루뎀 Wayne A. Grudem)
돈은 하나님의 소유다.
고성능의 스포츠카일수록 브레이크 성능도 더 좋아야만 한다. 엔진출력은 400 kw가 넘는데, 급작스런 상황에서 제동이 안된다면 차는 그저 위험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고출력의 엔진은 고사양의 브레이크를 필요로 한다.
돈은 고출력 엔진을 탑재한 슈퍼카와 같다. 힘이 쎄다. 심지어 돈으로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믿기지 않을찌도 모르겠지만, 성경에도 나온다.
……돈은 만사를 해결한다 (전 10:19, 새번역).
돈은 강력하다. 돈으로 안되는 일은 찾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돈의 능력이 사람을 압도할 때가 많다. 돈은 한마디로 제동이 어려운 도구다.
돈을 도구로 잘 쓰려면 브레이크를 달아야 한다. 다행인 점은 세상 모든 돈 역시 하나님의 수하에 있다는 것이다.
은도 내 것이요 금도 내 것이니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학개 2:8)
학개서에서 말하는 은(כֶּסֶף)은 정확히 돈을 가리킨다 (참고로, 프랑스어로 “돈”을 지칭하는 단어 “argent”역시 “은”을 뜻한다). 돈은 하나님의 것이다. 하나님은 돈과 비교 불가한 더 큰 능력을 가지신 분이시다. 창조주시다. 돈 뿐 아니라, 세상 만물이 다 하나님의 것이다. 하나님은 결코 돈에 휘둘리지 않으신다. 돈 보다 말할 수 없이 더 크신 분이시다.
돈을 다스리실 수 있는 분은 정작 돈을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 다만 인간이 필요해 한다. 돈보다 약한 인간만이 돈 도구가 필요하다. 가난하든 부하든 돈에 쉽게 휘둘리며, 압도 당하고 마는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인간 만이 돈 도구를 쓰며 산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능력앞에 먼저 굴복하는 것이 돈 브레이크다. 하나님과 돈과 인간 사이에 능력 위계를 세워보자면, 하나님-인간-돈 순서여야 맞다. 하나님이 주인이시고, 인간은 그분의 청지기며, 돈은 청지기에게 맡기신 하나님의 도구일때 인간이 안전하다.
예수님이 돈에 대해 말씀하실 때 사용하셨던 단어 “두 주인”을 보라 마6:24. 여기서 주님은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이냐 돈이냐의 문제로 나눠 보이셨다.
잠시만 멈춰서 생각해보면 답은 금새 나온다. 둘 다 섬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 중 하나는 사람의 주인이 된다. 돈을 섬기면 하나님을 잃는다. 그러면 돈 능력을 제동할 수 없는 인생이 되어 가난해도 돈에 휘둘리고 부해도 돈에 압도당한다. 어느 쪽이든 망한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하나님을 주인 삼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보다 아래있는 돈 능력쯤은 일개 “도구”로 전락한다. 그저 필요에 따라 가져다 쓰면 될 일로 힘을 잃는다. 위계 질서만 원위치에 있다면 돈이 있든 없든 사람은 위험에서 벗어난다. 가난하다면 가난 경작이 가능해질 것이고, 부하다면 부를 누릴 능력이 생길 것이다 잠13:23, 딤전 6:17. 어느 쪽이든 이기게 된다.
한마디로, 하나님 앞에 꿇으면, 돈 앞에 힘난다.
- 송준기, 네게 재물얻을 능력을 주었다, 규장, 102쪽
*첨언
돈은 강력하고 우리는 약하다. 그래서 자칫 하나님보다 높이 두고 우상숭배의 대상으로 뜨겁게 섬기기 쉽다. 해결책은 하나님을 경배하는데 있다. 돈을 차갑게 이용하는 길은 돈 컨트롤에 있지 않다. 돈에 집중하면 돈에 말린다. 그대신 하나님께 집중해야 한다. 하나님만 섬기며 그 앞에서 무릎꿇고 살면 돈이 힘을 잃는다. 그때 집어들어 도구로 쓰면 된다. 선교사라면, 어차피 내 노동력으로 벌어쓰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주시는 돈이다. 주님을 섬기는데 잘 쓰면 돈도 하나님을 섬기는 도구, 예배 도구가 된다.
하나님을 섬기며, 돈은 수단화 하기를 반복하자. 하나님께 지배 당하고, 돈은 지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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