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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공간

인지와 정서는 분리될 수 없다 (피아제의 equilibration)

피아제의 평형화 이론으로 본 "인지"와 "정서"의 관계

장시간 공부해도 이해되지 않는 개념을 마주할 때 나는 좌절감을 느낀다. 반대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은 더 큰 도전을 향한 동기가 된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가지는 학습과 사고 과정의 일부다.

그러나 기존의 인지 심리학, 특히 피아제(Jean Piaget)의 이론은 오랫동안 정서를 학습과 분리된 요소로 간주해왔다. 피아제의 평형화(equilibration) 개념은 인지가 기존 스키마와 새로운 정보를 동화(assimilation)하고 조절(accommodation)하는 과정을 통해 발달한다고 설명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서의 역할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들은 정서와 인지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서는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학습과 사고를 조절하고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그렇다면, 피아제의 평형화 개념을 확장하면 인지와 정서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1. 학습의 동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피아제는 인지 발달을 평형화(equilibration) 과정으로 설명했다 (평형화 = 기존의 사고 구조(스키마)가 새로운 정보와 충돌할 때, 이를 조절하여 더 정교한 형태로 발전한다는 내용임). 

그러나 이 과정이 단순한 정보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연구들을 통해 확인된다. 예를 들어, 인지적 불균형(disequilibrium)이 발생하면, 좌절감, 불안, 호기심과 같은 정서적 반응이 동반된다.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때 느끼는 "불안"(정서반응)은 학습을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적절한 수준에서는 탐색 행동을 촉진한다. 호기심은 능동적인 정보 탐색을 유도하며, 이는 단순한 인지적 과정이 아니라 감정적 동기가 결합된 학습 방식이다. 반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평형 상태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역시 정서 반응)은 더 큰 도전을 향한 동기가 된다.

*연구 사례
심리학자 폴 실비아(Paul J. Silvia, 2008)는 자신의 저서 "Exploring the Psychology of Interest"에서, 호기심이 학습 동기의 핵심 요소이며, 이는 인지적 불균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람들이 "적절한 수준의 인지적 도전(cognitive challenge)"을 받으면 더 깊이 몰입하여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피아제의 평형화 개념을 정서적 측면에서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다.

 

2. 감정과 인지는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기존의 학습 이론에서는 감정을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했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인지는 상호작용하는 "피드백 루프"를 형성한다.

🔄 인지-정서 피드백 루프
 (1) 인지적 도전 발생 → 정서적 반응(불안, 호기심, 좌절)
 (2) 탐색 행동 촉진 → 문제 해결 전략 적용
 (3) 새로운 평형화 도달 → 성취감, 동기 상승
 (4) 다음 단계의 도전 추구

*신경과학적 증거
신경과학 연구에서도 이러한 관계가 입증되었다. 편도체(amygdala)는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고, 전두엽(prefrontal cortex)는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데, 이 두 영역은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학습 과정에서 함께 작동한다(루이즈 페소아Luiz Pessoa, 2008). - 이 연구는 감정이 단순한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인지적 변화와 학습을 조절하는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3. 정서적 요소가 포함된 학습은 왜 더 효과적인가?

피아제의 인지 중심적 이론이 한계를 지닌다면, 학습 이론은 이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까?

(1) 비고츠키(Vygotsky)의 사회적 상호작용 이론과의 연결

피아제는 인지 발달이 개인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으로 설명했지만, 비고츠키는 학습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촉진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교사의 격려, 또래와의 협력 학습에서 정서적 요소(공감, 지지, 경쟁심)가 인지적 성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 정서적 피드백이 포함된 학습의 효과

  1. 긍정적 정서(예: 호기심, 흥미, 성취감)는 학습 지속성을 높인다.
  2. 부정적 정서(예: 좌절, 불안)가 적절히 조절될 경우, 오히려 도전적 학습을 촉진한다.
  3. 이러한 정서적 요인이 결합된 교육 방법은 기억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한다.

*연구 사례
D'Mello & Graesser(2012)는 학습 중 경험하는 좌절감이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될 경우, 오히려 더 깊은 사고를 유발하고 학습 성취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정서적 동기가 인지적 발달과 학습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증거다.

 

결론: 정서는 인지적 변화의 핵심 동력이다

피아제의 평형화 개념은 인지 발달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지만, 정서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완전한 설명이 되기 어렵다.

요점 정리
(1) 평형화 과정에서 정서적 불균형은 학습 동기의 중요한 요소다.
(2) 감정과 인지는 분리되지 않고, 신경과학적으로도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3) 정서적 반응이 포함된 학습이 더욱 효과적이며, 이는 현대 교육심리학에서도 강조되는 요소다.


 

참고

  • Pessoa, L. (2008). On the relationship between emotion and cognition. Nature Reviews Neuroscience, 9(2), 148-158.
  • Silvia, P. J. (2008). Interest—The curious emotion.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7(1), 57-60.
  • D'Mello, S., & Graesser, A. (2012). Dynamics of affective states during complex learning. Learning and Instruction, 22(2), 145-157.
  • "인간은 "셰마"라는 인지구조로 무한대의 자극을 끊임없이 정리하며 살아간다(피아제). - 새로운 정보를 경험하면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셰마에 따라 해석하고 분류하는 동화가 일어남. 새로운 정보에 따라 셰마를 수정하는 조절이라는 반대 과정도 있음. 셰마 작동의 핵심은 다양한 형태의 개념화임 (김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