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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처치 설교및 강의/성경신학관련 노트정리

바울은 왜 할례를 주었나? (사도행전 15-16장)

1. 배경

초대교회에 할례 논쟁이 있었다(사도행전 15장). 결론은 간단했다.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만 얻는다. 할례 구원은 거부되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바로 다음 장에서 바울이 디모데에게 할례를 주는 장면이 나온다.

바울이 사도행전 16장에서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한 이유는, 사도행전 15장에서 예루살렘 회의 이후 분명히 정리된 ‘이방인의 구원에는 할례가 필요 없다’는 결론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선교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바울이 디모데에게 할례를 주었던 두가지 이유

사도행전 16:1–3을 보면 바울은 루스드라와 이고니온의 교회들이 디모데에 대해 좋은 증언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를 데리고 함께 다니려 했고, “그 지역에 있는 유대인들 때문에 그를 데려다가 할례를 행하였다”고 기록한다. 거기에는 두 가지 핵심적 이유가 있었다:

(1) 디모데의 혼혈 배경
디모데는 유대인 어머니(유니게)와 헬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행 16:1). 유대 전통에 따르면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자녀도 유대인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디모데는 할례를 받지 않은 상태였고, 이는 그가 유대 사회에서 정통 유대인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였다. 이는 유대인들로 하여금 그와 복음을 전하는 사도 바울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었다.

(3) 복음 전도의 유익을 위한 양보 (고전 9:19–23)
바울은 고린도전서 9장에서 자신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율법 아래 있는 자들에게는 율법 아래 있는 자처럼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본질적인 복음의 진리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했던 실천적 선택이었다.
디모데의 할례는 구원 조건으로서가 아니라, 유대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한 배려로 보아야 한다.

 

3. 결론

디모데에게 할례를 준 것은 율법주의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 배경과 선교 전략을 고려한 융통성 있는 접근으로 이해해야 하며, 이는 바울이 갈라디아서에서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할례를 강요하지 않았던 것과도 모순되지 않는다(갈 2:3–5). 디도는 헬라인이었기에 할례를 받지 않았고, 디모데는 유대인의 범주에 속했기에 전략적으로 할례를 받은 것이다.

이러한 바울의 행위는 선교적 민감성, 곧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각 문화권의 관습에 지혜롭게 접근했던 실제적인 예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