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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공간

예진이에게

예진아. 아빠다. 

네가 없는 집은 절간같구나. 너무너무 허전하고, 너의 빈자리는 일주일내 채워지지 않는구나. 

구글포토에서 송예진을 검색해서, 지난 17년간의 사진들을 꺼내봐도, 채워지지 않는구나. 

두솔빌라는 잘 지내고 있단다. 

예나는 줄넘기 실력이 그새 더 늘었고, 엄마는 여전히 성경읽고 방언으로 솰랄랄라 와가다다다 한단다. 

은지초등학교 주변에 개나리는 활짝 왔는데, 너는 주말에야 오는구나. 

아빠는 아침마다 예나를 등원, 아니 등교 시키고 있다.

몸집만한 가방을 매고 쫄래쫄래 뒤뚱뒤뚱 걸어가는 아이들이 시고르잡종 개떼처럼 지나간다.  

그 틈에, 앞니 두개 빠지고, 뽀글뽀글 단발머리 빠마한 너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보고싶고 사랑한다 예진아. 

너를 숨겨두시고 아껴두시고 준비시키시는 주님만 바라본다. 

4/9. 수요일 아침. 검암동에서 봄처럼 너를 기다리는 아빠가.